나는 동서울 가는 버스를 탄다. 해질 무렵 저녁 버스다. 늘 같은 정류장, 늘 같은 시간이다. 이 시간에 출발하면 왠지 마음이 편하다. 아마 지나가는 차들의 빛이 별빛이 되고, 나는 버스 탄 시인이다.
아무리 마음이 복잡해도, 버스는 떠나는 내 마음까지 알아준다.
난 버스를 타고, 넌 초승달을 타고
둥글지 않아서, 다 차지 않아서. 좋다. 그 부족함이 예쁘다. 늘 같은 하늘, 늘 같은 공간이다. 이런 달을 보기 위해 애써 버스를 이 시간에 타는 이유도 있다. 하늘의 별빛은 초승달을 타고, 나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간다. 별빛은 밤하늘의 시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초승달은 사라지는 별들의 마음을 알아준다.
난 버스를 타고, 넌 초승달을 타고
날 따라오는 달을 보며 오늘도 하루가 저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