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끝에 달린 마른 나뭇잎
끝까지 남아 있는 것들의 사연은 늘 조용히 빛난다
겨울 숲 걷다 보면,
가지 끝에 달린
마른 나뭇잎
푸른 하늘에서 유난히 바람에 흩날린다.
모두가 떠난 가지 끝
흔들리는 잎.
바싹 말라 구겨진 결이
순간순간 다른 색으로 반짝인다.
떨어지지 못해 남았는지
일부러 떨어지지 않았는지
손을 놓지 못한 하얀 미련
놓치고 싶지 않은 하얀 아쉬움

‘남아 있음’
미련, 집착, 습관, 미루기 같은 단어들로 남을 수 있다.
가지 끝에 남아 흔들리는 마른 나뭇잎은 미련과 집착이 아니라 생존이다.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하는 힘이다.
어떤 잎은 남아서 용감하다.
용감함의 모양은 늘 한 가지가 아니다.
마른 잎은 더 이상 푸르지 않다.
하지만 푸르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잎은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단 한 번의 바람에도 소리가 난다.
삶도 가끔 그렇다. 눈에 띄는 성과가 사라진 자리에서 남아 있는 마음이 더 크게 울린다.
나의 삶은 어떻게 남아 있을까?

그래서 나는 그 잎을 볼 때마다 내 안의 ‘마른 잎’들을 떠올린다.
끝내 정리하지 못한 마음,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남아 있는 후회,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꿈, 그리고—어쩌면—놓고 싶지 않은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바짝 마른 채로라도 내 안 어딘가에 매달려 있는 이유는 ‘아직’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겨울은 정리의 계절 같지만, 사실은 다음 계절을 위해 남겨두는 계절이기도 하다.
가지 끝의 마른 잎은 봄이 오면 결국 떨어질지도 모른다.
혹은 새잎이 나올 때,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잎이 겨울을 건너는 동안 누군가에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무였을 수도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잎이었으면 좋겠다.
크고 푸른 잎은 아니더라도, 추운 계절에 흔들리면서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가지 끝에 달린 마른 나뭇잎을 보며, 나는 오늘도 배운다.
떠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고. 남아 있는 것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유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