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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시

꺾인 가지에도 비는 내리고

맑은향기greeneco 2026. 1. 24.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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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누군가의 손에 꺾여 바람에 너들거리는 부러진 나무 가지

계절은 공평하게 젖어 든다.

 

나무가지에 맺힌 빗방울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자꾸 나무를 본다.

빗방울은 아픈 가지에서 더욱 세차게 떨어지고,

젖은 나무껍질은 오래된 기억처럼 진한 색을 띤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머무는 곳은, 꺾인 가지다.

바람이 한 번 지나가고, 눈이 한 번 얹히고, 어떤 날은 이유도 없이 ‘딱’ 하고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 뒤로 그 가지는 더 이상 이전의 모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내 삶에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을 것이다. 기억하긴 싫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순간을 겪는다.

“이전처럼은 못 살겠다”는 깨달음이 갑자기 찾아오는 밤.

이상한 일은, 꺾인 가지에는 하늘의 햇빛도, 바람도, 비도, 눈도 차별하지 않는다. 예외없다.

 

 

비는 단정하게 내린다.

멀쩡한 가지에도, 부러진 가지에도.

그래서 비는 때로 위로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나를 포기한 것 같을 때에도, 자연은 아주 담담히 말한다.

“너도 여전히 내 안에 있어.”

 
상처가 있는 곳에도 비는 내리고
그 비는 벌이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는 물의 인사일지도 모른다.

부러진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나무는 그 흔적을 새살 돋이를 한다. 이것이 ‘흉터’가 된다. 

아프다고만 쓰이지 않고, 지나왔다고도 쓰이는 단어라서.

 

 

비가 내리는 창가 혹은 젖은 잎사귀 위로 물방울이 맺힌 장면, 흐릿한 배경의 고요한 분위기
비가 하는 일은,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흐를 길’을 만들어 주는 것.
 

꺾인 가지를 보고 있으면, 삶이 늘 반듯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이라는 자에 자신을 대고 삐뚤어진 곳을 체크한다.

하지만 자연은 성적표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나무는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 자라지 않는다. 자기가 내린 뿌리가 고향이 되고, 그곳에서 다른 생물과 어울려 자란다.

그저… 자라는 것이다.

남의 눈치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오늘의 나도 그와 비슷하다.

어떤 일은 꺾였고, 어떤 마음은 부러졌고, 어떤 관계는 예전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비는 내린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만약 지금, 당신에게도 꺾인 가지 같은 시간이 있다면 그 자리를 너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러진 곳에 비가 내리는 건, 그곳을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곳까지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젖은 자국이 마르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져 있을지 모른다.

흉터는 남겠지만, 흉터는 늘 ‘살아남음’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니까.

 

 

 

비가 그치면, 나무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초록을 준비합니다. 당신도 그럴 수 있어요.
 
— 맑은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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