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게 남은 시간은

맑은 향기 에세이 · 오늘과 남은 시간을 천천히 쓰다
세상의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게 남은 시간은
손바닥 위에 살포시 올려놓은 조약돌처럼 작다.
달력은 매년 새로 생기고 시계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지만, 내 삶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 한 방향이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만 “언젠가”라는 말을 입에 올리며
오늘을 내일에게 미루곤 한다.
어느 날 문득,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를 스쳐간 계절과 사람들, 그 안에서 흘러가 버린 수많은 기회들.
그 모든 시간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다면 작은 마을 하나쯤, 책 한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을 오래 울리는 순간들은 길거나 거창하지 않다.
퇴근길 창가에 보이는 노을빛, 늦은 밤 부엌에서 끓이던 라면 냄새, 힘들다고 말했을 때 돌아온
“그래도 잘 버텼다”라는 한 문장.
그런 순간들이 내 시간을 조용히 지켜주고 있었다.
세상의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가도 내게 남은 시간은 결국 내가 사랑하고, 내가 아껴 쓰기로 마음먹은 시간뿐.
예전에는 시간에 쫓기듯 해야 할 일을 적어 내려갔다면,
요즘은
오늘 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 오늘 꼭 건네고 싶은 말 한 줄, 오늘 꼭 떠올리고 싶은 얼굴 한 사람.
그렇게 세 가지를 마음속에 적어두면 하루가 덜 허무하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가진 시간이 “무한”이 아니라 “유한”이라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다.
몸이 먼저 느끼는 피로, 마음이 먼저 알아채는 서늘함.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내 손에 쥐어진 일, 그리고 오늘 하루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
세상의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게 남은 시간은 한순간,
내가 깨어 있는 이 마음속에 머무릅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을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다정하게 건너가 본다.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온도를 남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언젠가 조용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게 남은 시간이 시간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작은 조약돌만큼 작지만, 생각보다 소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흘러간 시간 위에, 오늘을 살포시 올려두며
'내가 쓴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광릉을 거니는 나에게 (0) | 2025.12.20 |
|---|---|
| 세상의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내게 남은 시간은 2 (0) | 2025.12.19 |
| 당신의 삶에도 숲이 있나요. (0) | 2025.12.17 |
| 그래 그렇게, 넌 그곳에서 그대로 (0) | 2025.12.01 |
| 차가운 낙엽, 따뜻한 마음 (0) | 2025.11.26 |